그러니까, 너는
- DUO AMERICA

- 6월 16일
- 3분 분량

몇 달 전부터 나의 토요일 아침이 바빠졌다. 새벽 운동을 후다닥 마치고 나면 바로 차를 몰고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영상 AI를 배우기 위해서다.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마케팅이나 홍보 영상 제작을 남에게만 맡기기보다는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구글에 검색해 보곤 했지만, 이제는 제미나이(Gemini) 같은 AI에게 질문하면 대답도 해주고 정리도 해준다. 마치 똑똑한 비서가 옆에 있는 것 같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비디오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준다. 사진을 넣으면 영상이 되고, 음성을 넣으면 다른 언어로도 변환된다. 이미지와 음성, 영상까지 다 만들어 주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나만의 작은 방송국을 갖게 된 기분이다.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너무 흥미로워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어느새 6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몇 개의 동영상을 만들어 올려 보니, 괜히 내가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특히 내 목소리를 녹음했는데 그것이 한국어, 영어, 또 다른 다양한 언어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배울수록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맛보고 있었다.
일할 때도 AI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메일 작성, 문장 교정, 여행 스케줄 정리까지 척척 도와주니 정말 편리했다. 작은 자문도 구하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는 하소연도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AI가 나의 일상, 내가 하는 일, 심지어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까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워졌다.
우리 곁에는 이미 미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AI 비서와 함께 아침을 열고, 하루를 마감하는 세상. 자동차, 개인 스케줄, 업무 정리, 여행 계획까지 무엇이든 요청하면 편리하게 준비해 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에는 관심을 가지고 계속 배우고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까.
그리고 어디서부터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까.
오늘도 많은 회원님들이 프로필을 받고, 미팅을 하고, 또 미팅 후기를 전해 주신다.
“선생님, 만나보신 분들 중에서 가장 예의도 바르시고 옷도 반듯하게 입고 오셨고, 인상도 좋으셨어요.”
이런 후기를 받으면 나는 그분의 설레는 마음을 읽고, 조심스럽게 다음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답을 드려야 한다.
또 어떤 회원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글쎄요, 선생님. 미팅 장소도 남성분이 예약하셨고 당연히 식사 비용은 남성분이 내실 줄 알았는데 반반씩 하자고 하셨어요. 그다음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커피는 제가 냈어요. 이건 뭐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 없다. 그 안에는 기대감, 실망감, 예의에 대한 기준,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이 섞여 있다. 나는 그 마음을 먼저 들어드리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조심스럽게 설명해 드려야 한다.
또 어떤 날은 회원님의 어머님께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주신다.“우리 아들이 만남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번 주에 좋은 만남을 다시 세팅해 드렸다고 말씀드리면, 전화기 너머로 활짝 기뻐하시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 순간 나도 함께 기쁘다.
얼마 전에는 아드님이 결혼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카톡으로 조심스럽게 여쭈어보시던 어머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전화를 받는 순간, 나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싶어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런데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걱정보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지난 주말에 남편분과 함께 다 같이 식사 자리를 마련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며느리감이 얌전하게 한과와 영양크림을 준비해서 왔다고 하셨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보다 실제로 보니 훨씬 예뻤고, 세상에 이런 여자도 존재하는구나 싶었다고 하셨다.
남편분은 “200점”이라며 점수를 후하게 주셨고, 입이 귀에 걸릴 만큼 좋아하셨다고 했다. 아드님도 그 여성분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많이 맞춰주고, 귀하게 아끼는 모습이 보였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좋은 며느리감을 만나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카톡으로 하려다가, 그래도 직접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 전화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겨울에는 결혼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나는 웃으며 말씀드렸다.
“이제는 아드님께 맡기시고, 두 분이 예쁘게 잘 만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바로 이 맛이지.
이런 맛을 AI가 줄 수 있을까.
AI는 많은 정보를 정리해 줄 수 있다. 빠르게 답을 찾아주고, 문장을 다듬어 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안해 준다. 때로는 정말 똑똑하고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회원님의 목소리 끝에 묻어나는 걱정, 미팅 후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서운함, 어머님의 안도하는 숨소리, 그리고 좋은 인연을 만나 기뻐하는 가족의 떨림까지 AI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은 한 사람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자와의 만남을 도와주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회원과의 커넥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접 만나 상담을 하거나, 어렵다면 화상 미팅이라도 하면서 그분의 성격, 취미, 장점, 성품을 세심하게 살핀다.
좋은 인연을 이어 주는 일은 단순히 조건을 맞추는 일이 아니다. 많은 경험과 영감,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참 똑똑하다.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관심을 갖고 알아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느끼는 일, 그리고 인연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회원님의 이야기를 듣는다.미팅 후의 설렘도, 실망도, 걱정도, 기대도 함께 듣는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는 AI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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