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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나의 휴식으로


지독하게 일을 많이 하는 나의 휴식은 비행기 안에서 이뤄진다. 주위 사람들은 비행기를 자주 타면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걱정을 많이 한다. “비행기 방사선 때문에 몸이 안 좋아져”, “지역 간 시차 때문에 치매가 빨리 올 수도 있어!” 고마운 말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비행기가 흔들흔들할 때 잠도 잘 오고 안락함을 느낀다.

비행기에 타면 우선 아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헤어밴드를 한 다음 두툼하고 따뜻한 보온 양말로 바꿔 신고 좋아하는 향수까지 살짝 뿌려 준다. 그러고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뜨거운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그간 바빠서 못 했던 핸드폰 사진 정리를 한다. 또 이메일을 확인하며 스케줄도 다시 점검하고 정리해 놓는다. 여기에 새콤한 젤리와 달콤한 초콜릿을 곁들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도착지까지 대여섯 시간은 금방 간다.

빼곡히 이어지는 삶의 타임라인 속 비행 시간은, 나의 뇌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미국이 워낙 넓다 보니, 도시 간 이동은 비행기를 타고도 적게는 2시간에서 6시간이 걸리고, 간혹 중간에 환승하거나 연착되는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 24시간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직행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 날이면 공항 스타벅스에 꼭 들르는데, 공간이 각 지역의 특징을 잘 보여 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행하는 동안 질 좋은 휴식을 보내고 맞이하는 도시라서 더욱 흥미롭고 활력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최근 듀오 뉴욕 지사 사무실을 오픈하면서 주기적으로 뉴욕을 드나들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에 혼자서 참 많이 오가다 보니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싱글이에요?”, “그렇게 다녀도 남편이 뭐라고 안 하시나 봐요?”, “시차 때문에 힘들 텐데 건강하신 것 같아요”, “뉴욕을 좋아하세요?”, “엘에이는 어떤가요?”, “도대체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무슨 일을 하세요?”

한국 사람들은 타인의 생활에 대해 알고 싶어서 무척 안달한다. 그 호기심은 엘에이와 뉴욕을 가리지 않는 듯하여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뉴욕과 뉴요커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어떤 도시이며 그 속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쉼을 즐기는지 궁금했다.

오감을 채우는 도시, 뉴욕

뉴욕은 사계절이 있고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도시이다.

우선 각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 도시인 만큼 맛있는 빵과 커피가 즐비하고, 음식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어도 다 맛있다.

보폭이 넓고 빠른 걸음으로 신호등도 무시한 채 길을 걷는 뉴요커들이 어찌나 시크하고 멋져 보이던지, 처음에는 넋을 놓고 쳐다봤다. 남의 일에 관심 두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는 뉴요커들은 ‘대체 얼마를 벌기에 이 물가 높은 뉴욕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얼마간 오가며 뉴욕을 차츰 알게 되었고 또 좋아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맨해튼 중심부에 자리한 센트럴 파크다. 첫날 놀랐던 점은, 이른 아침부터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인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 줄 알았는데, 일상적인 뉴욕의 아침 풍경이었다.

뉴요커들은 대부분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체력이 좋아야 맨해튼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뛰는 것 같았다.

죽어라 뛰는 사람도 많았지만, 개들과 함께 산책하며 노는 사람도 많았다. 개들은 잔디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주인들과 공놀이 하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센트럴 파크는 사람뿐 아니라 가히 개들의 천국이었다.

새벽에 달리는 사람은 간혹 한두 명 있고, 개들은 강아지 파크 같은 전용 공간에서만 풀어놓는 엘에이에 살던 나에게 뉴욕의 일상은 무척 새로웠다.

또 새로웠던 점은, 길거리에 과일 가게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양배추와 아보카도, 토마토, 레몬, 사과 등을 사고, 일주일에 네 번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가서는 갓 구운 머핀과 꿀을 샀다. 싱싱한 꽃을 파는 곳도 많다. 어디 그뿐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나 뮤지컬 공연장으로 넘쳐 나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이렇게 오감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에서 살다 보면 ‘결혼, 꼭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저 번 돈이나 쓰면서 자유롭게 살겠다는 전문직 미혼 남녀가 늘어가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혼자 사는 삶이 많이 익숙하고 또 심심하지도 않은 뉴요커 특히 여성들은 이곳을 떠나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고 놀고 쉴 수 있는, 오감을 완벽히 채우는 도시가 뉴욕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휴식의 시작과 끝, LA

하지만 그런 생각도 몇 달 후에는 바뀌었다. 듀오의 커플 매니저이자 한 개인으로서 생활 속 일과 쉼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오감이 풍요로운 뉴욕이지만, 혼자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기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이 경계를 잃고 뒤엉키는 와중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뉴욕 생활과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뉴욕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을 오래도록 감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지 않게 나는 ‘서부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엘에이 공항에 내리면 마음이 일단 편안해진다. 새벽에 달리는 사람도 거의 없고 길거리에 과일 가게도 없으며, 맨해튼처럼 북적이며 저녁 늦게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곳도 없지만 말이다. 아, 물론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일을 마치면 돌아가서 푹 쉴 수 있는 나의 가정이 이곳에 있다. 항상 날씨가 따뜻하고 온화하며, 산과 바다가 도시 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게 보인다. 각자의 가족과 집이 이 도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번 뉴욕에서 엘에이로 돌아올 때 시애틀을 경유했는데, 4시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결국 다른 비행기를 타고 겨우 엘에이 공항에 도착했다. 다음 날 뉴스를 보니 시애틀에서 비행기 사고가 있었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다.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이 앞서면서도 내가 그 사고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겠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야.”

지난 시간처럼 2024년에도 빼곡한 타임라인을 밟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이다. 엘에이를 떠나 뉴욕 혹은 다른 도시로 향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쉼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도 나는 흔들흔들하는 비행기 안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길 것이다.

- 결혼정보회사 듀오 이제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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