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잠시나마 밖에 공기도 쐴 겸해서 아랫층 로비에 있는 우편물을 가지러 내려간다. 찰칵하고 작은 우편물 박스를 열면 신문, 전화 요금, 잡지 등이 들어있다. 월말에는 여기저기에서 청구서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중요한 우편물은 줄어들고, 그 대신 세탁소의 쿠폰과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으라는 광고물,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것만 잔뜩 들어있을때가 많아 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하찮은 광고라도 배달해주는 우체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나는 우편물을 확인 하러 내려 가고 있다.
오늘은 두툼한 카드가 내 이름으로 적혀져 있어서, 오픈을 해보니 심플하면서 멋진 땡큐카드였다.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 내려간 한 자 한 자를 읽어 내려갈때 적으신 어머님의 마음이 확 전해졌다. " 오늘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우리 딸과 피터가 6월 23일에 결혼합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그 동안 팀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되돌아보니 참으로 긴 시간이 흘렀네요. 팀장님이 없었따면 아마 처음부터 포기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 사랑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또 읽어봐고, 보람도 느껴지고, 진심으로 어머님께서 너무 행복하다는 향이 느껴지는 카드였다. 어머님께서 우리 딸이 미국에서 태어난 2세로 처음 가입할 당시에는 얼마나 협조를 안하고 펄쩍펄쩍 뛰었는지요.. 사진도 안 주고 해서 고생했고 이메일 주소 뿐만아니라 연락오면 화를 내고 꼭 이렇게 만나야 하냐고 당장 돈을 돌려 받아라. 나는 내가 알아서 짝을 데리고 올 것이다. 무모하게 왜 쓸데없는 일을 했느냐 하면서 딸이 가슴 아픈 말만 해서 그 당시에는, 솔직히 다 때려 치우고 싶었어요.. 중간에서 제니퍼씨도 마음고생 많이 했잖아요. 그때 포기 했으면, 이런 인연을 어떻게 만나겠어요? 지금은 우리 딸이 사위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딸은 사위에 푹 빠져서 "엄마~ 나는 시댁 식구들도 너무 좋고, 뉴욕에 거주하는 누나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예의 바르고, 따뜻한 집안에서 아무 잘 자란 청년이야. 배려심도 엄청나~" 라고 하더군요. 우리 집에 인사 올때도 선물을 잔뜩 들고 오고, 인사성도 바르고 배려심도 있고 주위에서 우리 딸이 착해서 좋은 남편을 만난거라고 하네요.
"저는 미국에서 40년동안 먹고 살기에 바빠서 외동 딸 나이는 자꾸 들어가고 결혼을 못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고, 더군다나 딸이 전혀 협조도 안해줘 미워서 혼났어요. 굳건하게 끝까지 중간에서 노력 하셔서 좋은 사윗감을 찾아 주셔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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