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시간을 달린다
- DUO AMERICA

- 2월 11일
- 2분 분량

퇴근길이었다.
옆에서 직원 선생님이 조용히 내게 말했다. “팀장님은 하루 24시간을 참 효율적으로 쓰시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그 시간을 살아내는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팀을 이끌고 회사를 책임진다는 일은 단지 업무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회사 식구들의 생계가 걸려 있기에 경제적인 책임감은 늘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살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새벽이 나를 만든다
나의 하루는 늘 새벽에서 시작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 4시 30분이면 눈을 뜬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선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린다. 새벽 공기 속을 뛰며 나는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달리는 동안 생각은 차분히 정돈되고 삶의 방향은 조금씩 또렷해진다. 신기하게도 러닝을 하며 인연이 이어지고 일이 풀리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의 18년째 이 새벽 러닝을 멈추지 않고 있다. 주말에는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 몸을 단련하며 체력을 쌓는다. 삶은 결국 체력이며 체력은 곧 마음의 힘이기 때문이다.
차 없이도 충분한 삶
나는 미국에서 살지만 차가 없다. 대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며 걸어 다닌다. 기차 안에서 책을 읽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메모를 남기고 음악을 듣는다.
LA에 도착하면 요가를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하고 사무실까지 약 1마일을 걷는다.
그 길은 단순한 출근길이 아니다. 작은 커피숍, 미장원, 카페, 성당과 교회, 은행과 편의점, 빵집과 과일 가게, 호텔까지… 도시의 풍경이 조용히 스쳐 지나가며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오전 9시 50분이 되면 컴퓨터를 켜고 밤새 들어온 이메일과 문자들을 확인하며 또 하루의 일을 시작한다.
반복 속에서 쌓이는 성실함
업무를 마치면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와서는 다음날 먹을 도시락과 간식거리, 혹은 건강한 빵을 만든다. 반신욕으로 하루의 긴장을 풀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내 삶은 늘 비슷한 루틴으로 흐른다. 그러나 그 반복 속에서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아껴 쓰려 한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때면 더 많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매일을 마라톤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스러운 2월
사랑스러운 2월이 다시 돌아왔다. 유독 날이 짧아서 그런지 나는 열두 달 중 2월이 가장 좋다. 적당한 기온, 발렌타인데이의 설렘, 그리고 3월의 봄을 알리는 보라색 자카란다 꽃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2월은 세금 보고 서류를 정리하는 달이기도 하다. 준비하던 중 서류 사이에서 오래된 봉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날짜는 2016년 8월 15일이었다. 그 안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귀한 며느리를 얻었습니다.” 단 한 줄이었지만 그 속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인생은 새 한 마리처럼
인생은 참 짧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포르르 날아가는 시간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 편지를 다시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듀오에서 참 많은 성혼을 이루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게 주어진 하루를 직장에서, 집에서 늘 한결같이 살아내고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새 한 마리처럼 짧게 스쳐가는 하루를 붙잡고, 감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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