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엄마야!
최근 가까워진 친구가 매일 70~80년대 팝송을 카톡으로 보내준다. 마음에 드는 곡은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듣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러닝을 할 때도 듣는다. 원래 음악은 내 생활에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는데, 한 곡씩 듣다 보니 ‘이렇게 보석 같은 노래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멜로디에 끌렸다가 가사의 뜻을 곱씹으며 마음이 뭉클해지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요즘 내가 그렇다.
얼마 전에는 일하다가 한 회원님의 어머님이 보내주신 카톡을 읽고 또 눈물이 났다. 양가 부모님이 만나셨고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결혼 날짜는 둘이 정하는 것 같으니 직접 물어보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담담하게 적힌 몇 줄을 읽는데, 처음 사무실을 찾아오셨던 모습부터 그동안의 만남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첫 상담에서 나누었던 고민들이 떠올라 그 소식이 더 반갑고 고마웠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회원님의 이력만큼이나 그분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어떤 사람과 살고 싶은지, 지난 만남에서는 무엇이 힘들었는지, 다시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이 왜 조심스러운지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분의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만남이 잘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고, 연락이 뜸하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여성 회원님이 계신다. 몇 번을 연락해도 답이 없어 여러 번 재촉했는데, 문자를 주고받다가 나온 “엄마야”라는 말 한마디를 계기로 내가 그분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그 뒤로는 엄마라는 호칭으로 농담도 주고받고, 나도 자연스럽게 “일도 좋지만, 좋은 분 만나실 시간도 내셔야죠”, “점심은 드셨어요?”, “어쩌다 근육통이 생기셨어요?” 하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나, 혹시 부담스러워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회원님도 웃으며 받아주셨고, 그렇게 편하게 안부를 나눌 수 있어 나 역시 행복했다. 그런데 내가 보낸 문자를 다시 읽어보니 그 말투가 어쩐지 익숙했다. 오래전 엄마가 내게 하시던 잔소리와 조금씩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11월이 가까워지면 나는 해마다 가슴앓이를 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달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이맘때면 유난히 엄마가 보고 싶어져 혼자 엉엉 울곤 한다. “너는 잘될 거야”, “좋은 사람 만나서 고생하지 말고 살아야지”, “부지런한지, 성품은 어떤지, 자라온 환경도 잘 살펴야 한단다” 하시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어릴 때는 늘 듣던 말이라 흘려들었지만, 이제는 딸이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그 목소리를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매일 정성껏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다. 책가방보다 도시락 가방이 더 커서 친구들이 “너는 학교에 먹으러 오냐”고 놀리곤 했지만, 그 도시락은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친구들의 서로 다른 사정을 알게 되었고, 어린 마음에 용돈을 모아 슬쩍 건네기도 했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모른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는 학교에도 자주 오셔서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그때는 조금 덜 챙겨주셔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이 그립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의 모습과 목소리가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가도, 회원님께 “바쁘셔도 식사는 챙기세요”, “좋은 분 만나실 기회를 미루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내 안에 엄마의 모습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렇게 말투와 습관 속에 남는 모양이다.
듀오에서 회원님들과 상담할 때는 자라온 환경과 직업, 앞으로의 생활 계획을 함께 살핀다. 만남이 시작된 뒤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는지, 다른 점을 존중하는지, 바쁜 일상에서도 상대를 위해 시간을 내는지에도 귀를 기울인다. 처음에는 조건과 사진으로 관심이 시작되더라도, 관계를 이어가면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 곁에서 필요한 조언을 하고, 망설이는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기다려드린다. 회원님마다 속도도 사정도 다르지만,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하는 내 마음은 같다. 결혼 소식에 눈물이 나는 것도, 바쁜 회원님께 한 번 더 연락하게 되는 것도 그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친구가 보내준 노래를 들으며 출근한다. 어떤 곡은 지나간 시절을 데려오고, 어떤 가사는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예전에는 무심히 들었을 노래가 이제는 내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을 보면, 그동안 살아온 시간과 만난 사람들이 노래에 겹쳐지는 모양이다.
아침부터 한바탕 울고 나면 얼굴이 달덩이처럼 퉁퉁 붓기도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서도 별로 창피하지 않다. 좋은 소식에 기뻐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마음껏 느끼는 요즘이다.
고맙다, 친구야. 네가 보내준 노래를 들으며 요즘 나는 많이 울어. 요즘 내가 그래.
결혼정보회사 듀오 | 제니퍼 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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