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

나는 줌으로 상담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상담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때로는 두 달에 한 번 뉴욕으로 간다.
평일 업무를 마치고 밤 11시 비행기를 타면 다음 날 아침 7시쯤 뉴욕에 도착한다. 펜스테이션에서 32가 쪽으로 나오면 노란 택시와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빠르게 걷는 뉴요커들이 보인다.
그들을 따라 걷다 보면 내 걸음도 어느새 빨라진다.
‘아, 뉴욕에 왔구나.’
밤새 비행기를 탔으니 25가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 들러 요가를 하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트렁크를 끌고 32가 사무실로 향한다. 가는 길에 늘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바나나, 사과도 챙긴다.
사무실에 도착 하면. 컴퓨터를 켜면 뉴욕에서의 상담이 시작된다.
보통 4일 동안 열두 분 안팎을 만난다. 부모님이 오시기도 하고,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오기도 하고, 결혼 당사자가 혼자 찾아오기도 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줌이나 프로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인다.
말하는 모습, 웃는 표정,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그리고 결혼을 대하는 마음까지.
그래서 나는 직접 만나는 상담을 좋아한다.
이번 뉴욕 일정은 예약이 모두 차 있었는데, 한 회원님의 어머님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아드님을 만나러 뉴욕에 와 계셨는데 나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님, 이번에는 스케줄이 다 찼어요. 아드님도 지금 좋은 분을 잘 만나고 계시니까 굳이 안 오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어머님은 10분만이라도 꼭 만나고 싶다며 뉴저지에서 버스를 타고 오셨다.
나를 보자마자 손을 꼭 잡으셨다.
“팀장님, 제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드님이 까다롭고 나에게 말을 거칠게 한 적도 있었는데 끝까지 이해하고 좋은 분을 만나도록 설득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던 아드님을 ”그래도 한번 만나보세요”라고 권했고, 막상 만나고 나서는 대화도 잘 통하고 취미도 잘 맞는다며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꼭 얼굴을 보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한참 내 손을 잡고 계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LA와 뉴욕을 오가며 쌓였던 피곤함이 사라졌다.
뉴욕에서 상담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도 든다.
맨해튼에는 변호사, 의사, 금융업 종사자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이 많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었고, 결혼은 계속 뒤로 밀려 있었다고 한다.
한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한 회원님과 상담을 했다.
상담을 마치며 그분이 말했다.
“팀장님, 오늘 상담해 보니까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회원님, 뉴욕에서 더 크게 성공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으세요? 물론 두 가지를 다 잡으면 제일 좋겠죠.”
그리고 말했다.
“성공하고 싶으시면 정말 이름을 날릴 정도로 해보세요. 하지만 결혼과 가정도 원하신다면 그것 역시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아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생각해보시고 마음이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살짝 윙크를 해주었다.
며칠 뒤 문자가 왔다.
“멋진 팀장님,서류 준비됐습니다. 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답했다.
“그래요, 회원님. 이제 시작입니다.”
화려한 경력과 성공한 모습 뒤에서 내가 처음 보았던 그분의 모습은 의외로 순수한 ‘소년’ 같았다.
프로필에 적힌 학력, 직업, 연봉과 조건만으로는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날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뉴욕의 밤이었다.
달콤한 땅콩 냄새에 작은 봉지 하나를 사 들고, 화려한 타임스퀘어를 뒤로한 채 트렁크를 끌고 호텔로 향했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여기가 뉴욕인가, LA인가?’
두 도시를 오가는 길이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나는 다시 뉴욕에 올 것이다.
직접 만나야만 보이는 것이 있고, 직접 만나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아주 작은 권유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만남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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